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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 최대의 명절’이라는 추석이 다가왔지만 우리의 마음은 그리 밝지만은 않습니다.
지난 편지에서 예상한대로 어제 9.8(목)에 복지부는 ‘만성질환의 체계적 관리를 위한 선택의원제 도입계획(안)’을 발표했습니다. 제도가 확정되려면 건정심 통과가 남아 있어 아직은 계획(안)입니다만, 복지부는 그동안 천명한대로 의료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 제도를 강행할 태세입니다. 이제는 ‘선택의원제’라는 용어를 태연히 사용하는 것이 마음에 걸립니다.
당일 의협에서도 시도회장단, 개원의협의회장단 등이 모인 긴급 연석회의가 열려 우리는 신창록 부회장님이 참석했습니다. 반대, 성토, 책임 추궁 등의 거센 목소리가 있었고 몇 가지 대응책에 대한 논의가 있었으나, 역시 예상대로 적절하고 유효한 대응책이 결정된 것은 없었다고 합니다.
정부의 계획(안)은 그 동안 계속 거론되어 왔고, 따라서 예상되었던 내용과 크게 다른 점은 없습니다. 우선 환자가 인센티브를 받으려면 공단에 주 이용병원을 선정해 신청해야 하는데 결국 우리가 우려했던 ‘의원 선택’이 시행되는 결과입니다. 다만 변경 신청이 ‘기간, 횟수, 사유’ 등의 제한이 없이 폭넓게 허용되는 것은 다행이지만, 다른 의원에서 인센티브를 받으려면 매번 변경 신청을 해야 하니 의원 선택의 의미는 강하게 남아 있습니다. 인센티브는 진찰료 본인 부담을 30%에서 20%로 인하하는 정도이고 정액제인 노인은 연 8,000원을 추후에 별도 보상해 줍니다.
참여하는 의사에 대한 인센티브는 이전에 인터넷을 통한 참여 신청 등이 거론되었으나 이번 계획(안)을 보면 별다른 신청절차 없이 환자관리표를 제출하는 의원에게 진료비와는 별도로 지급해 주는 방식입니다. 수가는 방문 당 1,000원(연 10회 이내)이고, 연도 별로 성과에 따라 성과급(액수 미정으로 총 예산만 100억 원 예상)을 추가로 지급한다고 합니다. 복지부 계산대로 의원에서 관리하는 고혈압, 당뇨병의 총 인원이 1,000명(내과 평균이 얼마인지 잘 모르겠지만 이 정도인 의원이 많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이라면 연 수익이 1,000만원+성과급(추정 예산으로 보면 300만 원 정도)가 되겠습니다.
현행 만성질환관리료에 대한 별도의 언급은 없었지만 처음부터 신설 수가와 만성질환관리료는 별도로 산정한다는 전제였고, 이 제도에 참여하지 않는 것도 자유인 상황에서 기존의 수가를 없앨 가능성은 없습니다. 참여하는 의사에게도 만성질환관리료를 주지 않고 신설 인센티브만 준다면 수가가 인하되는 셈이니 인센티브가 아니라 디스인센티브가 되는 꼴이라 이 부분은 걱정하지 않으셔도 되겠습니다.
현재까지의 진행 상황을 반추하면 아쉬운 점이 너무 많습니다. 초기의 선택의원제의 문제점을 많이 보완하여 질병관리표 작성의 부담은 있으나 선택/등록과 교육이 없는 방안으로 발전해 왔으나 우리 의료계는 이마저 반대하였습니다. 그 결과 의료계를 배제하고 강행되는 복지부의 계획(안)은 선택의 요소가 강하게 남아있게 되고 수가도 너무나 기대 수준 이하입니다. 정부와의 대화에서는 더 크게 주장했으나, 제 나름대로는 최소한 방문 당 수가는 1,500~2,000원 정도, 성과급은 10,000원 이상은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기대했었습니다.
아쉬움과 후회는 있으나 이제는 앞으로의 대책을 고민해야 할 시기입니다. 여러 대의원님들의 의견을 수렴해야 하겠지만, 제 의견으로는 지금 시기에서 내과 단독의 목소리나 행동을 할 상황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내과 혼자 찬성의 의사를 밝혔지만 의료계 다수로 반대 의견을 정했었고, 정부와의 대치 상황에서는 일단 의료계의 대의에 동참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의료계가 반대의 목소리를 낸다고 해서, 이 상황에서 명분이 있고 유효한 대응책은 별로 없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환자가 자의로 인센티브를 받을지의 여부와 대상의원을 선정할 수 있고, 제약 없이 이를 변경할 수 있는 상황에서 환자의 인센티브를 반대하는 것은 명분도 부족하고 국민에 대한 설득력이 없습니다. 의료급여처럼 선택을 하지 않으면 기존의 보험혜택을 받을 수 없다면 우선 국민들이 반발하겠지만, 선택을 하면 추가로 혜택을 주고 그 선택도 자유롭게 변경할 수 있다면 불만을 가질 국민은 거의 없을 것입니다.
의사 인센티브 제도에 대한 대책으로 참여 거부 홍보, 참여하는 의사 명단 확인/공표 등의 대책이 거론되었지만 실효성은 거의 또는 전혀 없다고 생각합니다. 수입에 도움이 되어서든, 정책에 동조/무관심해서든 개인적인 판단으로 참여하는 동료 의사를 비난할 명분도 약하고, 참여하는 의사를 확인하는 것도 거의 불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의사로서 더 부끄러운 일을 한다고 생각되는 사무장병원의 의사, 건진의원의 의사, 비도덕적인 의료행위를 하는 의사 등에게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니까요.
제 예상으로는 결국 이제도는 시행되고 진행될 것으로 보입니다. 작은 금액에도 민감한 많은 환자들이 참여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의사 인센티브 제도에 참여하는 의사는 환자관리표 작성 부담, 의료계 반대 의견에 역행하는 부담감, 낮은 보상비용으로 초기에는 많지 않겠지만, 점차 늘어날 것으로 생각합니다.
우리 내과 입장에서는 찬성했던 2)안(환자+의사 인센티브제)가 결국 시행되는 셈입니다. 다만 의원 선택의 성격이 남아 있고 수가가 우리가 받을 수 있었던(또는 그렇게 기대했던) 것보다 매우 낮은 수준이 된 것이 크게 불만스럽고 아쉬운 점입니다.
이제 막 계획(안)이 발표되었고, 제 생각이나 의료계의 대응책이 확고하지 않은 상황이지만 많이 궁금하실 것 같아 보고를 드립니다. 여러 대의원님들의 고견 부탁드립니다.
명절을 앞두고 골치 아픈 말씀을 드려 송구합니다.
즐겁고 편안한 추석이 되시기를 기원합니다.
다시 연락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11.09.09
대한개원내과의사회 회장 이원표 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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