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약육성법 개정안이 결국 국회를 통과하였습니다. 실망을 시켜드려 정말 죄송합니다. 어떻게든 저지하려 안간힘을 다했습니다만, 뜻을 이루지 못해 회원 여러분께 송구한 마음 금할 수 없습니다.
법사위 심의 과정에서 보건복지부 장관과 한의약정책관이 의원의 질의에 허위사실로 답변하므로 인해 새로운 전선이 형성되었습니다. 한의사의 IPL 사용 논란이 그것입니다.
당시 법사위의 상황은 이러했습니다. 법사위 의원들을 설득한 그간의 노력이 헛되지 않아 법사위원들이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법사위 위원장이 의료법에는 한의약의 정의가 없음을 들어 개정안의 문제점을 지적했고, 모 의원도 한의약육성법 개정안을 둘러싸고 직역 간 논란과 갈등이 있을 뿐 아니라 개정안으로 인하여 한의사의 현대의료기기 사용이 허용되는 일이 벌어지지 않겠느냐는 요지의 질의를 했습니다.
이때 보건복지부 장관이 공정하고도 중립적인 입장에서 답변을 했다면 이 개정안은 더 심의를 해야 한다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질 상황이었습니다. 문제는 보건복지부 장관이 편파적인 답변으로 법안의 법사위 통과를 유도함으로써 법사위의 판단을 흐리게 했다는 것입니다.
한의사 출신의 한의약정책관은 한 술 더 떠 한의사의 IPL 사용과 관련한 의원 질의에 대해 ‘IPL은 자연광 치료에 해당이 되며, 자연광 치료는 황제내경에 보면 태양광을 이용해서 치료하는 방법들이 나와 있고, 현재 한의사의 IPL 사용이 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는 요지의 답변을 했습니다. 이는 명백한 허위진술입니다.
황제내경에 태양광에 대한 언급이 나오긴 하지만 이는 사철에 따라 양생을 하는 방법을 설명한 것일 뿐 자연광을 써서 환자를 치료할 수 있다거나 치료했다는 내용은 나오지 않습니다. 한의사의 IPL 사용이 한방의 원리에 따른 것이라는 어떠한 근거도 없다는 얘기입니다. IPL은 현대의학을 기초로 개발된 현대의료기기입니다. 따라서 한의사의 IPL 사용은 의료법 위반입니다. 보건복지부 자신도 그와 같은 유권해석을 내린 바 있습니다. 더욱이 IPL을 사용한 한의사가 고발되어 현재 재판이 진행 중에 있는 상황입니다. 그런 점에서 한의약정책관의 답변은 허위일 뿐 아니라 사실을 은폐한 것입니다.
실상이 이러한데도, 보건복지부 장관 역시 한의약정책관의 말만을 듣고 같은 요지의 답변을 했습니다. 이는 장관의 무지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입니다. 따라서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한의약정책관의 문책을 요구했습니다. 그리하지 않으면 한의사의 IPL 사용이 마치 합법인 것처럼 오인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도 진행 중인 재판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를 차단하기 위해서 한의약정책관의 문책을 관철시키도록 하겠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장관의 책임이 없을 수 없습니다. 전적으로 최종 책임은 장관에 있습니다. 따라서 장관에게도 응당 정치적 책임을 물을 것입니다. 나아가 면밀한 법적 검토를 거쳐 장관 및 한의약정책관에게 법적 책임도 물을 것입니다.
존경하는 회원 여러분!
이제 전면전에 나섭니다. 우리는 한방과의 싸움을 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의 궁극적인 투쟁 대상은 한의계가 아니라 잘못된 한방정책과 제도입니다.
그래서 우선 6월30일 한국한의학연구원에 대한 감사를 감사원에 청구했습니다. 한국한의학연구원은 1조원이 넘는 예산을 바탕으로 범정부 차원에서 추진되고 있는 한의약육성발전계획을 주도하고 있는 기관입니다. 1차 한의약육성발전계획을 수립하고 평가까지 했을 뿐 아니라, 2차 계획 또한 수립한 기관입니다. 그런데 이 기관이 그만한 역량이 있는지도 의심스럽고, 그간 성과라 할 만한 게 있는지도 의문입니다. 짐작키로는 국민의 혈세가 줄줄이 새고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런데도 감독의 책임이 있는 정부당국은 뒷짐만 지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이런 일을 그냥 두고 볼 수는 없습니다. 감사를 청구한 이유입니다.
이는 시작에 불과합니다. 앞으로 한의약육성발전계획을 세세히 들여다보고 조목조목 문제점을 파헤칠 것입니다. 공세적으로 한방 및 한의약정책에 대한 문제점을 적극 발굴하는 노력을 기울일 것입니다.
물론 한의사들의 불법 무면허 의료행위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고, 한의사의 현대의료기기 사용 등 현대의학 침탈 기도 및 IMS에 대한 시비에 대해서도 체계적으로 대응해 나갈 것임은 당연한 일입니다.
이를 위해 현재 ‘의료일원화특별위원회, 한방대책특별위워회, IMS특별대책위원회’ 등 3개로 나뉘어 있는 한방 관련 대책위원회를 ‘(가칭)범한방특별대책위원회’로 통합함으로써 일관성 및 효율성을 높여 앞으로 모든 한방 관련 대책을 마련하고 추진할 계획입니다.
아무쪼록 이번 사태를 통해, 우리의 결속력을 높이고, 잘못 된 의료제도를 개혁하는 계기로 만들었으면 합니다. 회원 여러분의 깊은 관심과 동참을 기대합니다.
감사합니다.
2011. 6. 30.
대한의사협회 회장 경만호 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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